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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정보

맛집과 안맛집의 미묘한 차이.

by K_Blog 2020.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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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포스팅은 원래 맛집으로 올리려고 했던 포스팅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는 안 맛집으로 이곳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맛집과 안 맛집의 미묘한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소견이므로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깃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명 고기일 겁니다. 그럼 두 번째로 중요한 건 분명 친절일 겁니다. 세 번째는 아마도 가격적인 면일 겁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고깃집의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불일 겁니다. 불의 위력이 고기 맛을 무척이나 좌우를 하니까요.

 

제가 이곳을 안맛집으로 규정짓는 이유 중에 하나가 불을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불판이 태워지는걸 지극히 싫어하는 느낌을 너무나 태연하게 받았습니다. 고기를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더없이 중요한 게 불의 화력인데요. 처음부터 숯이 아까워서 그게 아니면 불판이 타는 것이 싫어서 아주 소량의 불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익히려고 불을 살짝 높였는데 계속해서 불을 끄고 다닙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얼른 고기 올리라고요. 그 말도 맞는 말 이기는 하지만, 고기를 다 먹어야지 고기를 굽는 거 아닌가요? 고기가 무슨 밥인가요? 쉬지도 않고 고기를 구워서 먹게요. 귀찮음이 가득한 그 말속에서 저는 이곳을 안 맛집으로 규정지었습니다. 사실 안 가면 그만인데 왜 이런 포스팅을 쓰느냐고요. 제가 즐겨 찾았던 곳이기에 안타까워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기존의 세팅과 비슷하게 나오기는 했는데, 아주 조금씩만 주었습니다. 물론 남길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거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이 말을 쓰냐 하면요. 무성의를 말함입니다. 무성의하게 내어준다는 거지요. 그냥 내어준다는 거지요. 매너리즘에 빠져서 우리는 정성을 다하지 않아도 손님은 무조건 올 것이다.라는 매너리즘에 이제는 빠진 게 분명히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귀찮아진 겁니다. 반찬을 남기는 것도 귀찮고, 불판을 닦는 것도 귀찮고, 고기를 굽는 연기도 싫어하는 게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맛집이다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버린 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적당히 대해도 반찬도 적당히 주어도, 불도 조금만 주어도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라는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겁니다. 머릿속에 우리는 맛집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부터 거만함과 귀찮음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몸속에 박혀버리는 겁니다. 그걸 단골들이 과연 모를까요? 그 미묘한 차이를 단골들은 당연히 느낍니다.

이곳의 고기맛은 예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분명 고기 맛은 그대로인데, 분명 리뉴얼도 했는데요. 저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같이 간 패밀리들은 고기를 무척이나 맛있게 먹고는 왔지만, 제 입맛에는 더없이 맛이 없었습니다. 고기 맛이 아니라 어쩌면 대하는 사람들의 맛이 없었던 게 더 맞는 거 같습니다. 분명 맛집이기는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안 맛집으로 저장되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됩니다. 제가 안 가면 되는 겁니다. 제 머릿속에 기억되는 모습 중에 하나가, 고기를 구울 때 불이 약해질까 봐 숯불을 들고 다니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불을 줄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종업원들만 존재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안 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왜 이런 글을 쓰냐고요? 저는 맛있다고 생각하면 꼭 그 주인장한테 이런말을 합니다. 언제나 변하지 말고 그 맛을 유지하고, 친절하고, 가격 또한 잘 유지하라고요. 잠깐의 맛이 아닌,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처음의 그 마음을 잊지 말라고요. 그럼 저는 언제나 그곳을 또 찾아갑니다. 아무리 멀리 있고 산꼭대기에 있어도 사람들은 언제나 그곳을 기쁜 마음으로 찾아갑니다. 그것이 진정한 맛집입니다. 맛만 있다고 맛집이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같아야지 진정한 맛집입니다. 거만함과 귀찮음이 손님들의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곳은 더 이상 맛집이 아닙니다. 안 맛집인 것입니다.

 

-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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